편 가르지 않는 중재법과 관계 회복을 돕는 부모의 역할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가정에서 형제·자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상입니다. 장난감 하나로 시작된 다툼이 울음과 고함으로 번지고, 결국 부모의 개입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반복됩니다. 그때 부모는 종종 고민합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형이니까 양보해야 하나?”, “동생이 어리니 봐줘야 하나?” 그러나 이런 개입이 누적될수록 갈등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제·자매 갈등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중재하느냐입니다. 중재는 판결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1. 형제·자매 갈등의 진짜 원인: 싸움 뒤에 숨은 마음
아이들의 싸움은 겉으로 보면 순전히 장난감, 자리, 차례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복합적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쟁심, 억울함, 인정받고 싶은 마음, 비교당한다는 느낌이 겹치며 갈등으로 표출됩니다.
특히 부모의 관심은 형제·자매 사이 갈등을 키우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아이들은 매우 예민하게 부모의 반응을 관찰합니다. 누가 더 혼나고, 누가 더 보호받는지를 기억하며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판단합니다. 이때 부모가 의도치 않게라도 “형이니까 참아”, “동생은 어려서 그래”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아이들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첫 단계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내려는 시도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다툼 속에는 늘 각자의 이유와 감정이 존재합니다. 한 아이는 억울했고, 다른 아이는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판단자가 되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유리한 쪽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대신 부모는 이렇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금 두 사람 다 많이 화가 난 것 같아.”
이 말은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도 갈등의 핵심을 감정 수준에서 짚어 줍니다. 형제·자매 갈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은 사건이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2. 편 가르지 않는 중재법: 심판이 아닌 조력자가 되기
많은 부모가 중재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심판 역할을 떠맡기 때문입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과정은 일시적으로는 질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듭니다.
편 가르지 않는 중재의 첫 원칙은 각자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듣는 것입니다. 동시에 말하게 하면 목소리가 큰 아이의 이야기만 남기 쉽습니다. 한 명씩 말할 기회를 주고, 부모는 판단 없이 요약해 줍니다.
“네 말은, 그 장난감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서 화가 났다는 거지.”
“너는 그게 네 차례라고 생각해서 답답했구나.”
이렇게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내 말을 이해했다’고 느끼며 긴장이 낮아집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맞고 틀림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공통의 규칙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서로 때리거나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지.”
이는 특정 아이를 겨냥한 지적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기준은 분명하게 제시하되,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아이들에게 맡겨볼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처음에는 아이들이 적절한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선택지를 제시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결론을 내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합의하도록 중재자로 남는 것입니다.
3. 갈등 후 관계 회복하기: 다시 가까워지는 연습
갈등이 멈췄다고 해서 관계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제·자매 갈등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지만 가장 쉽게 놓치는 과정이 바로 사후 회복입니다. 갈등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면, 아이들 마음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남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과의 강요를 피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사과해”라고 하면, 아이는 진심 대신 형식만 배우게 됩니다. 사과는 감정이 정리된 뒤 자연스럽게 나와야 의미가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해볼까?”
이 질문은 아이가 타인의 감정을 상상하도록 돕습니다. 공감은 반복 학습을 통해 자랍니다. 이후 “그럼 어떤 말이나 행동이 도움이 될까?”라고 이어 가면, 아이가 스스로 사과나 화해의 방법을 떠올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부모는 형제·자매 각각에게 개별적인 시간과 관심을 제공해야 합니다. 비교 없이, 경쟁 없이 자신만의 자리를 느끼는 경험은 갈등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아이는 심리적 안정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기억해야 할 점은, 형제·자매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경험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갈등을 통해 아이들은 조정, 타협, 공감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을 배웁니다. 부모의 역할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배움의 기회로 바꾸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형제·자매 갈등은 부모의 중재 방식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편을 가르지 않고, 판단을 유보하며, 관계 회복까지 함께 돕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툼이 다시 시작될 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누가 옳은가”보다 “어떻게 다시 연결될 것인가”
그 질문이 형제·자매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