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땠어?”
아마도 많은 부모가 하루에 한 번쯤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냥.” “몰라.” “괜찮아.”
부모는 더 궁금해지고, 아이는 더 귀찮아집니다. 대화는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죠.
사실 문제는 아이의 태도가 아니라, 질문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마음을 여는 대화는 ‘정보를 캐내는 질문’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불러내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게 하는 질문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오늘 어땠어?”가 막히는 이유 – 너무 넓고, 너무 막연한 질문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은 사실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하루에는 수많은 장면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수업 시간, 친구와의 대화, 급식 시간, 쉬는 시간, 칭찬받은 일, 속상했던 일까지.
아이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 표현이 아직 서툰 아이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평가받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질문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읽기도 합니다.
- “문제는 없었니?”
- “혼나지 않았지?”
- “잘했지?”
그러다 보니 안전한 답, 즉 “괜찮아.”로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핵심은 구체적으로, 선택지를 좁혀서 묻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해보세요.
- “오늘 웃었던 순간이 있었어?”
- “오늘 제일 재미있었던 시간은 뭐였어?”
- “오늘 조금 아쉬웠던 일은 있었어?”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아이는 특정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2. 마음을 여는 질문법 – 감정과 장면을 연결하라
아이의 하루를 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과 장면을 연결해 묻는 것입니다.
① 감정 중심 질문
- “오늘 기분이 제일 좋았던 순간은 언제야?”
- “오늘 속상했던 일은 있었어?”
- “오늘 화가 났던 순간이 있었어?”
이 질문은 아이가 하루를 감정의 흐름으로 돌아보게 만듭니다.
감정을 떠올리면 그 장면이 함께 따라옵니다.
“체육 시간에 친구가 같이 팀 하자고 해서 좋았어.”
“발표하다가 틀려서 좀 부끄러웠어.”
이처럼 감정은 대화를 깊게 만드는 열쇠입니다.
② 비교 질문 활용하기
아이들은 비교 질문에 의외로 잘 반응합니다.
- “오늘이 어제보다 더 재미있었어, 아니면 덜 재미있었어?”
- “오늘 점심이 지난주보다 나았어?”
선택지가 있으면 아이는 대답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이유를 묻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이 더 재미있었어. 왜냐하면…”
이 ‘왜냐하면’ 뒤에 아이의 진짜 하루가 숨어 있습니다.
③ 상상 질문으로 확장하기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이런 질문도 좋습니다.
- “오늘 하루를 색깔로 표현하면 무슨 색이야?”
- “오늘 하루를 한 장면으로 찍는다면 어디야?”
이 질문은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표현력을 키워줍니다.
특히 말수가 적은 아이에게는 그림이나 색깔 비유가 큰 도움이 됩니다.
3.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 – 듣는 태도
아무리 좋은 질문을 던져도, 부모의 반응이 평가적이면 아이는 다시 닫힙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친구랑 싸웠어.”
이때 바로
“왜 싸웠어?”
“네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 아이는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 “아, 그래서 속상했겠다.”
-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
- “엄마(아빠)라면 좀 긴장됐을 것 같아.”
공감은 아이의 마음을 열어두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① 해결하려고 급하지 않기
부모는 문제를 보면 해결해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건 해결책보다 이해받는 느낌일 때가 많습니다.
“다음엔 이렇게 해.”
“그 친구랑 놀지 마.”
이런 말은 대화를 닫습니다.
먼저 충분히 듣고, 아이가 원할 때만 조언을 해주세요.
“엄마 생각도 들어볼래?”
이 한마디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② 부모의 하루도 나누기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만 묻지 말고, 부모의 하루도 나눠보세요.
“엄마는 오늘 회의가 길어서 조금 피곤했어.”
“그래도 점심시간에 동료랑 웃어서 기분이 나아졌어.”
부모가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가정은 아이가 감정 언어를 배우는 첫 번째 공간입니다.
③ 매일 완벽할 필요는 없다
어떤 날은 아이가 피곤해서 대답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짧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묻는 습관’입니다.
짧더라도,
“오늘 웃었던 순간 하나만 말해줄래?”
이 한 문장이 아이에게는
“내 하루를 궁금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가 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여는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아이의 하루를 묻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겠다는 표현입니다.
“오늘 어땠어?” 대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기다려주는 질문을 건네보세요.
대화는 어느 날 갑자기 깊어지지 않습니다.
짧은 질문 하나, 공감 한 문장,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 하나가 쌓여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먼저 말할지도 모릅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말이야…”
그 순간, 이미 당신의 질문은 성공한 것입니다.